스페인 론다 여행 후기
스페인 론다 여행 후기
말라가에서 버스로 론다로 이동했습니다. 처음에 계획 세울 때는 버스 이동시간이 아깝게 생각됐는데, 막상 다니면서 보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 속에 낮잠을 잘 수 있어 좋더라고요. 역시 중요한 건 터미널/역에서 숙소가 얼마나 가까운 가입니다. 그래서 캐리어 끌고 다니는 거리가 얼마나 짧은가 였던 것 같습니다. 론다는 많이 알고 계시는 돈 미겔 호텔에 있었는데, 버스터미널에서 걸어올만한 거리에 있습니다. 호텔에 갈 때는 내리막이라 편했습니다. 그런데 이미 론다 만 와도 내륙이라 슬슬 덥더군요. 대낮에 도착했더니 낮잠을 더 자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. 이후 세비야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, 버스 여정은 씨에스타 중에 이동해서 해 지고 도착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.
당일치기? 하루 묵어가기?
론다는 다리 하나 보러 가는 거지만, 충분히 갈 가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. 사실 많은 분들이 론다를 보고 싶긴 한데 하루 종일 있을 것까진 아닌 것 같고 해서 고민을 좀 하시는 것 같습니다. 저희야 두명이 여행하니까 호텔에서 가끔 자도 그만이지만, 혼자 여행하시는 분들은 특히 숙박도 비쌀 수 있어서 더 고민이시지요. 한두 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기 때문에, 세비야에서 당일치기로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(직행 1시간 40분 거리, 완행 약 3시간), 당일치기가 아니라 지나가기도 가능합니다. 즉, 세비야 - 론다 - 말라가 (아니면 반대방향) 이동하시는 분들은 짐만 잠깐 버스터미널에 맡기고 싶잖아요. 터미널에 라커가 있는데, 사이즈가 그리 크지 않아서 체크인해야 하는 가방까지는 안 들어가요. 렌페 기차역에는 더 큰 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. 제가 듣기로는 사람들이 터미널 매점 주인에게 맡겨놓고 구경한다더라고요. 요금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몇 유로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. 많이들 맡기신다고 들었습니다. 저희는 여정 중간에 하루쯤 쉬어가기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, 여기서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는데 너무 좋았어요.
돈 미겔 호텔
나중에 숙소 리뷰에 더 자세히 올리겠지만 돈 미겔 호텔은 론다 파라도르와 함께 누에보 다리에 붙어있는 명당 자리고 유명하지요. 하나 다리 쪽 뷰가 있는 방과 그렇지 않은 방은 참 많이 다릅니다. 저희는 안타깝게도 다리 쪽이 아닌 골목 쪽 방이었습니다. 게다가 현재 바닥 뜯어 공사를 하고 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스테이였지만, 이왕 가실 때는 다리 쪽 방 잡으시길 바라요. 저는 생각 없이 그냥 방 받았는데, 예약하실 때 미리 부탁하거나 체크인할 때라도 리셉션에 잘 이야기해서 이왕이면 다홍치마 하시길. 하지만 방이 아니더라도 돈 미겔은 원래 식당이 유명한데, 식당이나 카페 이용하거나 아침 뷔페 이용 시 명당 테라스에서 밥을 먹을 수 있으니,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. 맞은편 파라도르도 좋을 것 같아요. 하루쯤 파라도르에서 묵는다면 전 론다나 네르하 파라도르. 뷰 좋은 식당은 돈 미겔 말고도 많아요. 특히 다리 건너 올드타운 쪽에 누에보 다리를 밑에서 올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가는 산책로 가 있는데, 그리 가다 보면 정말 절경의 명당자리에 식당 테라스가 줄지어 있습니다.
여담 - 간단히 먹기
호텔 옆 가게에서 하몽 이베리코와 만체고 꾸라도 치즈 사서 다리 옆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, 그냥 경치 보고 앉아서 하늘색 변해가는 걸 지켜보는 것. 바로 이런 걸 위해서 제가 엄마까지 모시고 패키지 아닌 자유여행을 하기로 고집한 이유였지 않나 싶습니다. 파라도르 근처에 하몽&치즈 가게가 두어 개 있는데, 그중에 저희는 이름이 그냥 Queso & Hamon Boutique라고 되어있는 돈 미겔 바로 옆 가게에서 샀습니다. 아저씨가 너무 친절하고 좋아요. 가격도 깎아주셨습니다. 사실 저희는 여행 내내 거의 50% 정도의 식사를 바게트 + 하몽 + 올리브 + 치즈 + 과일로 먹었습니다. 덕분에 돈은 많이 아끼고 배가 고픈 적이 별로 없을 만큼 많이 먹고 다녔죠. 저나 엄마 둘 다 올리브와 치즈 (특히 만체고 꾸라도)를 좋아해서 가는 도시마다 일단 슈퍼나 델리에서 이거 사느라 바빴어요.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추천하고 싶지 않은 여행책자는 아니지만, <프렌즈 스페인>에 보시면 스페인의 치즈와 햄에 대한 설명이 꽤 자세히 잘 나와있습니다. 원래 만체고 치즈는 라만차 지방이 유명하다지요. 만체고 치즈는 숙성 기간에 따라서 fresco, semicurado, curado, viejo 등으로 구분되는데 저희 둘은 curado가 가장 입에 잘 맞더라고요. 사실 어떤 게 맛있는지 고르기 힘드니까 파시는 분께 추천해달라고 하면 거의 실패는 안 하더라고요. 엄마는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 하시던데, 저는 하몽 세라노 보다는 이베리코가 훨씬 맛있더라고요. 넓적다리 하나 통으로 가져오고 싶었습니다. 여행 중에 맛있는 이베리코 더 먹고 올 걸 그랬어요. 다리 하나라지만 이쪽에서 보고 저쪽에서 보고 위에서 보고 아래서 보고 또 보고 해도 좋던걸요. 다리도 다리지만 하늘이 한국에서 잘 볼 수 없는 색깔이더군요. 누에보 다리 + 주변 경치 말고도, 투우장, 공원, 신도심 쪽 쇼핑 거리도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.